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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마이뉴스] "새집 계약 날릴 판" '돈맥경화'로 전세금 안 주는 임대아파트 등장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08회 작성일 22-11-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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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에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돌려줘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진짜 서민이라 임대아파트 살다가, 이제 집 좀 구해서 나가보려는데, 이런 식으로 막아버리면..."

내 집 마련으로 퇴거를 신청하면 약간의 위약금을 공제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민간 임대아파트가 "자금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전세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애초 세입자에 불리했던 계약 조항이 최근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여파와 맞물리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세영리첼 민간 임대아파트에 거주 중인 신희창(42)씨는 대출로 자가를 구입하기 위해 지난달 4일 임대아파트 퇴거를 신청하면서 전세금 2억 원을 반환해달라 요청했다. 계약기간 중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더 이상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임대아파트를 공급·관리하고 있는 건설업체 삼태사는 최근 자금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퇴거를 원한다면 후속 계약자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장 30세대가 전세금 반환 불가 통보를 받았다. 총 60억 원이 묶여버렸다"며 "그전에는 퇴거를 신청하면 파손 여부 등을 점검하고 이삿날 전세금을 돌려주는 형태였는데, 이사 1주일 전인 지난 8일 갑자기 전세금을 못 준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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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대출 거부될 수도...1주일 안에 세입자 어떻게 구해오나"
 
이어 "제 경우에는 11월 15일을 이삿날로 잡아뒀는데, 새집 계약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 3500만 원 이상을 날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임대아파트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새집 대출이 거부될 수도 있다. 1주일 안에 세입자를 어떻게 구해오나.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신씨는 결국 새집으로 이사하지 못한 채 기약 없이 전세금 반환을 기다리고 있다. 

제보 이후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아직까지도 전세금을 못 받았고, 이사도 하지 못했다. 일부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못 받은 상황에서 이사를 나갔는데, 저는 대출을 포기하고 이사를 미뤄뒀다"며 "우선 다음 달 말로 이삿날을 다시 잡아두고, 새집 인테리어도 그대로 둔 상태다. 전세금을 받아야 이사할 수 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애초 삼태사는 2년 전 임대차 계약 때 임차인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타인에게 전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다. 계약기간 내 퇴거를 원한다면 1개월 전 퇴거신청서를 내고, 시설물 점검 뒤 남은 계약기간에 대한 위약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이런 절차를 밟아 계약이 해지되면 그와 동시에 전세금을 반환하기로 돼 있었다. 

임대아파트 특성상 8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맺고,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신씨가 계약기간 중 자가를 소유하기 위해선 약간의 위약금을 물고 전세금을 돌려받아 퇴거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던 중 회사는 돌연 지난 8일 계약 변경을 통보했다. 앞으로는 임대아파트의 명의 변경과 전대차 계약도 가능하며, 퇴거 시 반드시 후속 계약자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회사는 이런 통보를 받기 1개월 전 퇴거 신청을 해둔 세대에게도 전세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했다. 

신씨는 "양주시청에서도 이런 경우엔 보증금을 돌려주는 게 맞다면서 삼태사 측에 전세금 반환 요청에 대한 공문을 발송한 상태인데, 사실 뾰족한 다른 방법은 없다고 한다"며 "계약 만료로 퇴거하는 것이라면 보험사에서 보증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보험사에서도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임차인에 불리했던 계약...약관 개정하고 제도 고쳐야"

회사 측은 자금이 조달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전세금을 돌려주고 있다면서도, 전체 퇴거 요청 건에 대한 전세금 반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태사의 모회사 격 관계회사인 에쓰와이앤씨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종전에는 1달에 5~6가구 정도 퇴거 요청이 들어왔는데, 최근 퇴거 요청이 몰리면서 전세금 반환이 힘들어졌다"며 "일부는 (자금이 융통돼) 전세금을 돌려줬고, 일부는 후속 계약자를 구해 마무리했다. 나머지는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자금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에서 파생된 일 아닌가 한다. 경영진 측에 전세금 반환을 읍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해당 임대차계약 중 임차인에 불리한 조항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계약이 성립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최초 계약의) 계약기간 중 세입자가 후속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게 한 조항은 임차인에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라며 "임대인도 이를 알기 때문에 퇴거를 요청하면 무조건 돈을 돌려줬고, 임차인은 이를 믿고 퇴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퇴거를 요청한다 해도 임대인이 이를 반드시 받아줄 이유는 없다. 계약 파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임차인에 과도한 의무를 지운 약관을 개정하고, (기존 강제 조항이 적용되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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